네버엔딩 스토리

당연한 일이었지만 남자에게 은근히 서려 있던 호감은 그 이후 홀연히 사라졌다. 물론 상대방은 가져달라고도 하지 않을 호감을 느낀 것도 혼자였고, 배신감을 느낀 것도 혼자였으며 씩씩거리며 분노하는 것도 혼자만의 몫이었지만.

첫 야근이었다. 오전, 이 과장에게 부탁했던 합병계약서에 대한 결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. 명확하게라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, 수정되어 올라오는 계약서는 대충 말만 바꿔치기 해뒀을 뿐.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. 며칠 뒤 발표되는 특진 대상자에서 이 과장의 이름을 봐서 기대가 꽤 컸는데 말이다. 오후 내내 몇 번이나 수정된 계약서를 반려시켜서 돌려...

할아버지와 아빠 사이에서 언제부터 내 자리에 대한 이야기 오갔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내가 의식을 차리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건 확실했다. 출근했을 때 전임자는 이미 다른 곳으로 발령 난 후였다. 인수인계 폴더에는 친절하게 정리해둔 파일이 가득했지만, 팀의 실질적 리더로서 알고 있어야 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.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골똘히 고민하다 가...

***시즌1 비하인드 스토리와 이어집니다. ‘서여주, 미안해.. 미안해, 서여주..’ 서여주....!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짖는 소리에 번쩍 뜨인 눈은 양쪽으로 쏴대는 빛 때문에 주변을 살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다시 어둠을 맞이했다. 감은 눈앞에 잠시 비쳤던 빛의 모양이 일렁였고 인영은 곧 속까지 울렁이게 했다. 삐삑, 삐비비빅 주변에서 울리는 소음들에 ...